화요일 방과후수업 [광고로 읽는 인문학(2017)](link)에 대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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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은 오리엔테이션으로서, 2010년에 본 강좌를 개설했을 당시에 학생들과 함께 보고 수다를 떨었던 광고들을 소개하며, 본 강좌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전달하였습니다.
먼저 소개한 광고는 핫초코 미떼의 2006년 광고입니다.
▲ 핫초코 미떼 TV CF(2006) ― 외국인 사위
메인 카피는 그 유명한 "찬 바람 불 때"입니다. 딸(유리(소녀시대) 분)이 외국인 사윗감을 데려올 줄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매우 당황해하는 부모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는 동생(백진희 분)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이 '찬 바람'이라는 것은 중의적인 속성을 가집니다. 계절이 겨울이기도 하지만, 매우 어색하고 난감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 것이지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광고가 제시하는 해법은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한 미떼 한 잔입니다. 중의적인 카피와 재미있는 상황이 매우 인상적인 광고입니다.
우리들도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색해 하고 난감해 할 때가 많지요. 그때도 '부드러운 거품'의 기능을 할 무언가를 준비한다면, 위기를 나름 잘 극복할 수 있겠지요?
▲ 핫초코 미떼 TV CF(2010) ― 친구랑 나눠 먹어(정재영 편)
두번째로 본 광고는 핫초코 미떼의 2010년 TV광고입니다. 주인공 격인 정재영보다도,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고 "아, 그거. 회사 가서 친구랑 나눠먹어~"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고 큰 인기를 끌었던 광고지요.
역시 어색한 상황이 제시됩니다. 텅 빈 사무실에 상사와 단 둘이 있게 된 것이지요. 아마 우리 학생들이라면 텅 빈 교실에 담임선생님과 단 둘이 있게 된 상황을 떠올리면 그 마음이 조금 더 잘 이해되려나요? 이 어색한 상황 속에서 정재영은 미떼 두 잔을 타서 상사와 정말로 나눠 먹습니다. 카피의 중의적 의미는 위의 광고와 똑같습니다.
위 광고의 미덕은 친구여서 나눠먹은 것이 아니고, 나눠먹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려 했다면 회사에서 그 누구와도 나눠먹지 못할 겁니다. 회사에 친구가 있을까요? 우리들이 일상에서 맺는 관계들도 이런 식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위기(?)의 순간에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훌륭한 광고입니다.
▲ 맥심 T.O.P TV CF(2010) ― 진하게 새겨라 편(원빈, 신민아)
맥심의 고급커피 T.O.P 광고도 꽤나 주목을 받았던 광고입니다. 단순히 모델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획 또한 꽤 잘 된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고급커피라면 여느 커피와 다를 텐데, 어떤 점이 다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성공한 광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다른 점은 바로 "시간이 지나도 진하게 남아 있"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매우 강렬하게 보여주는 광고이지요. 더군다나 그것이 원빈의 손길과 같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이라면 특히 여성분들이 그 커피, 매우 마시고 싶어지지 않았을까요?
타인에게 어떤 느낌을 전하려면 적절한 비유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맛이 진하다'를 백 번 강조하는 것보다, 다른 진한 경험을 환기하게끔 하는 것이 자신의 느낌과 정서를 공유하는 데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감각의 전이'랄까요?
▲ 맥심 T.O.P TV CF(2009) ― 키스 1편(원빈, 신민아)
그런데, 이 감각적인 광고의 정점은 사실 맥심 T.O.P의 첫번째 광고였습니다. 새롭게 출시한 상품이었던 만큼 확실한 시선 끌기를 의도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반 커피와 T.O.P의 차이를, 이마 뽀뽀와 입술 뽀뽀의 차이로 보여주려 한 그 아이디어가 놀랍습니다. 본래 제시하려는 커피의 미각을, 시각(영상)과 촉각(뽀뽀)으로 제시하였는데, 오히려 더 강렬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 훼스탈 플러스 TV CF(2010) ― 사랑을 삼키다(김갑수 편)
소화제 광고였으나 매우 독특한 인상을 남긴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훼스탈 플러스의 2010년 광고입니다. 김갑수 씨가 출연하여 심야식당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내러티브가 살아있어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주인공 여인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지, 지금 아파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연을 하고 난 뒤의 먹먹한 가슴이 잘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것을 소화불량으로 이해하기에는 좀 낭만적이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실연으로 인한 가슴 아픔이 소화제로 치유된다면 이것도 좀 이상합니다. 그래서 이 광고는 몰입도는 좋으나, 상품의 선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위의 T.O.P 광고와 비교해 보자면, 진한 커피 맛을 뽀뽀 등으로 표현한 것은 성공적인 감각의 전이이지만, 실연의 아픔을 소화불량으로 표현한 것은 비슷하다 하더라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연결입니다. 사람들이 소화제에 기대하는 것은 실연의 치유는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소화제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까스활명수 TV CF(2013) ― 활~~~~
우리들이 소화제에 기대하는 것. 바로 이것을 아주 잘 보여준 광고가 까스활명수의 2013년 광고입니다(이건 예전 수업에서 본 광고는 아닙니다). 그냥 뭐 소화제 본연의 역할을 그대로 과장된 시각화로 보여주었고, 유머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광고의 미덕은 우리가 소화제에 기대한는 것을 정확히 꽤뚫고 반영하였다는 점입니다. 광고 시청자와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잘 읽은 결과이지요. 우리는 이 광고를 통해,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방의 필요와 욕구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 효율적인 대화와 설득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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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읽은 인문학] 첫 시간, 뭐 이런 내용들로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렇듯 이 수업의 제목에 들어있는 '인문학'은 위대한 학자들의 개념이나 이론은 아니구요, 그냥 실생활에서 더 성숙한 의사소통과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생각과 성찰의 도구'쯤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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