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커버스토리 (10)

저널/커버스토리

2024년 4월, "아직도, 있다"

기억은 힘이 세다 ― 요즘 이 말이 자주 보이네요. 그런데요, 저는 이 말 믿지 않아요. 기억만으로는 힘이 세질 수 없어요. 말해야 해요. 움직여야 해요. 싸워야 해요. 김상욱 교수의 TV강의에서 들었는데요, 달은 사실 지구를 향해 계속 떨어지는 중이래요. 그런데 지구가 둥그니까 지면에 닿지 않는 거래요. 과연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도 어쩌면 영원히 이렇게 등속 평행 운동을 해야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혹시 아나요? 계속 돌아보면, 돌고 도는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 저기 아직도 달이 떠 있구나, 하고 이야기할지도요. 두 번 다시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계속해서 지키지 못해 미안할 뿐예요. 가습기 살균제로, 구의역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이태원에서... 그래도요, 이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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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사랑이란 무엇인가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 용균이가 피켓을 든 이유가 자기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용균이가 죽고) 60일 동안 투쟁을 했거든요. 그 사이에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비정규직들의 편지를 받았는데 다 용균이처럼 위험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더라고요. 또다른 용균이들이 이렇게 많구나. 그 편지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현실이 답답해서. 애들이 불쌍해서. 김미숙 님은 법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제대로 된 법이 통과하지 않으면 우리 아들들 또 죽습니다. 저는 그런 거 보기 싫습니다." (참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이다.) ― 씨리얼 유튜브, '용균이의 엄마 김미숙입니다" 중 우리가 일하는 곳 우리가 먹고 마시는 곳 우리가 사는 곳 여기가 태안화력발소입니다. 아직 나에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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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높은 마음

"왜 꽃 이름이 코스모스일까?" "응?"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거의 물수제비처럼 튕겨오르는 속마음을 감추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알면서 물어보는 것일까, 모르고 물어보는 것일까. "왜 꽃 이름을 우주를 가리키는 단어로 지었을까 말이야." 생각해 보지 못했던 거였다. 그냥 코스모스라서 코스모스라고 불러왔을 뿐인데, 지금 그녀는 왜 그렇게 불렸을까를 궁금해 하고 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것이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별들만큼의 이유 중의 하나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혀 툭 던져놓고는 나의 생각이 한 겹 씌어졌을 때라야 그것을 그녀 세계의 일부로 소중히 가져간다. "음, 잘 모르겠지만 이 코스모스 꽃밭에 핀 꽃들이 우주에 있는 별만큼 많아 보이고 아름다워서가 아닐까?" 마침 바람이 불었고, 그녀는 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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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서로를 알아봐 주는 세계의 문

사전에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지휘를 하거나 명령을 내리지도 않는데 어떻게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이렇게 주변의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움직임까지 바꾸는 조절 현상을 '동조(同調)'라 한다. 풀어서 말하면 동일한 속도가 되도록 보조를 맞춘다는 뜻이다. 대체로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관료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자꾸만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기고, 학교 밖의 생각들과 문화에 관심은 많은 나는 '내가 이상한 걸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많아요. 그런 질문에 대한 쉬운 답은 아마 '그렇다'일 거예요. 그러면 삶이 매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함에 편해질 것이고, 무언가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동조'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동조 심리가 있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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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 중력을 거슬러 새로운 궤도에 진입한다는 것

누리호를 보며, 나를 붙잡아 매고 있는 힘으로부터 벗어나 미지의 새로운 곳으로 향해 보는 선망과 도전의 위대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지구는 좁고, 우주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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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씽씽

허난설헌은 조선의 뛰어난 문인이었지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여성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부족하다며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이 지닌 가치를 중국과 일본에서는 알아보고 널리 애송되었습니다. 오히려 나중에서야 조선에서 재평가되었지만요. 우리 안에 있는 뛰어난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못 알아보고 외면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관습과 고정관념 때문에 말입니다. 요즘 밴드 '이날치'의 성공에 힘입어 재조명되고 있는 그룹이 있습니다. '씽씽'. 이미 해체해 너무 아쉬운 이 밴드를 소개하고 싶어요. 이날치의 베이시스트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씨가 여기서도 연주를 했습니다. 가운데서 충격적인 복장으로 민요를 부르는 소리꾼 이희문 씨가 이런 얘기를 했죠.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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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알바트로스'

우리 시대의 현실을 직면할 용기가 있습니까? 깊이 공감하고 스스로 변화하여 우리의 미래를 바꾸고 싶습니까? Albatross (감독, 크리스 조던) 예고편 중에서. Albatross (감독, 크리스 조던) 예고편 불편하지만 엄연한 현실인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의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데, 그것이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물론 어미는 그것이 플라스틱인 줄 모르죠. 그렇게 모든 육지로부터 3,000km 이상 떨어진 섬에서 알바트로스들은 죽어갑니다. 알바트로스만의 얘기라고 생각하나요? 아주 먼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어제 저녁 먹은 생선엔 미세플라스틱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먹은 계란엔 항생제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알바트로스 어미이고, 새끼입니다. 우리만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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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겨울이 봄에게'

겨울이 우리에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리고 봄에게는 아팠던 만큼 우리를 포근히 안아주라고도 말했다. 겨울에게 많이 미안한 노래. 봄처럼 따뜻한 노래. 커피소년이 자신이 직접 만든 '겨울이 봄에게'라는 곡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 곡을 쓰고 부른 커피소년이 직접 곡에 대해 설명한 글입니다. 이 글이 너무 좋아 오랜만의 커버스토리를 이 글로 엽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모든 우리들에게 아팠던 만큼 더 따뜻한 봄이 오기를, 더 단단해진 뿌리로 서로가 희망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당신을 모두가 기다립니다. 차가운 난 모두에게 미안하죠. 그래서 저 또한 기다립니다. 이제 그만 좀 쉬고 싶어요. 차가운 눈물을 아끼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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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 이그나이트영일2016

영일고 프레젠테이션파티 ― 이그나이트영일 2016에 관하여. 하나. '배운다'라는 느낌을 선생인 저는 학생들로부터 늘 받습니다. 그들이 지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그들의 세상을 알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 야학교사로 활동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가난한 중학생 꼬맹이를 통해서도 가난의 대물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배움'은 수평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문학치료를 전공한 저는, 우리들 각자의 삶과 생각이 누구에게라도 드러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가장 평범한 이야기일수록 보편적인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공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4년째 운영해 온 대회가 프레젠테이션대회입니다. 물론, 이걸 경진대회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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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 조금만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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